꿈을 꿨다.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매우 기분이 더러웠던 꿈이었다. 길다란 마라톤 코스를 따라 흑백과 칼라가 뒤섞인 세상에서 천천히 뒤처지며 앞에서 까이고 뒤에서 까이다 엎어질 뻔 하기도 하고. 부산의 가까운 누군가가 나를 별 볼일 없는 인간으로 취급하며 비웃기도 하고. 그 외의 여러가지 난감하고 거시기한 일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그런 꿈이었다.
일어나서 느낀 건... 내가 겉으로는 안그래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항상 뭔가 부족하고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. 그리고 모종의 깊은 열등감. 그리고 상처가 있다는 것. 이래서 때때로 꿈은 자신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는 것 같다. ....새삼 나를 한번 정도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지만. 그래도 역시 기분은 정말로 무지하게 -삐(심의삭제) 한 것이. 막말로 봄날 개나리 화창할 때 십장생 얼어죽을 시베리아의 쌍화탕과 귤을 까고 빌어먹을 우라질레이션을 제창하는 사바나 싸지왕 심바같은 기분이다. 그래도 어쩌겠나. 하루 하루를 그래도 모자람이 없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. 작심삼분이지만. (그놈의 작심삼분 덕에 그런 꿈을 꾸고서도 MIS 관련 프린트를 안읽고 가서 20 점짜리 주관식을 날려먹은 건 일단 논외로 하자[...])
집안이 참 아스트랄하게 돌아간다. 정작 생각해보면 어떻게 지금까지 굴러온 것도 용한 집안이지만.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. 뭘로 어떻게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하나... 일단. 나 자신만의 길에 충실할 뿐..
.......그런데. 어느 순간. 모르고서 행하는 것도 무섭지만 알고서 행하지 않음 역시 더 큰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. 무엇이든지 알고 있으나 그걸 가지고 뜬구름만 잡아서는 될 것도 안 될 일이다. 자신이 무엇을 행하여야 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으나 시간을 끊임없이 죽여 가면서 현실에서 도망쳐봐야 남는 것도 없을테니..